개요
가려움증은 피부를 긁거나 문지르고 싶은 욕망을 일으키는 불쾌한 감각이라고 정의합니다. 가려움증은 피부질환과 전신질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특성은 충분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1. 가려움증의 발생기전
피부 감각 수용체들은 특정 감각을 인지하는 데 있어 특이성이 있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여러 가지 자극들에 비해 한 가지 형태의 자극에만 상당히 낮은 역치를 갖는 선택적 민감성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감각의 인지는 외부 자극에 의해 발생한 신경충동이 활성화되는 시간적, 공간적 형태와 중추신경계로, 또 중추신경계 내에서의 신경충동이 전달되는 방식에 의존하여 이루어집니다.
촉각, 진동, 고유 감각 등의 식별 감들은 10~14um정도의 직경을 갖는 두꺼운 베타A 말이집 신경섬유들(heavily myelinated beta A fibers)에 의해 대뇌와 척수의 감각신경절로 전달됩니다.
더 작은 직경의 감마A 말이집 신경섬유들(myelinated gamma A fibers)은 가벼운 촉각(light touch)과 압각을 전달하고 델타A 말이집 신경섬유들(myelinated delta A fibers)은 통각, 온각, 그리고 생리적 가려움(physiologic itching)을 전달합니다.
생리적 가려움은 보통 느낄 수 있는 지각으로 국소적으로 나타납니다. 직경 5um이내의 C 민말이집섬유들(unmyelinated C fibers)은 통각, 온각, 병적 가려움(pathologic itching)을 매개합니다. 병적 가려움은 매우 불쾌하며 경계가 불명확한 감각으로 여러 가지 피부질환에 나타나게 됩니다.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분화된 감각 수용체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일반적으로 진피표피경계부에 위치한 미분화된 민말이집섬유 말단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려움증을 전달하는 C 민말이집섬유들은 척수의 후각(dorsal horn)을 지나 반대측의 척수시상 경로(contralateral spinothalamic tract)를 따라 시상(thalamus)으로 올라가고 대뇌 피질로 전달됩니다.
가려움이 통각과 같은 경로를 따라 전달되며 동통을 일으키는 역치 이하의 약한 자극이 C 민말이집섬유에 도달했을 때 발생한다는 견해가 있어 왔으나 다음과 같은 점에서 가려움과 동통은 다른 감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 운동신경 반응의 차이로 가려움증은 긁는 행위를 유발하고 동통은 회피를 유발시킨다
- 모르핀에 대한 반응의 차이로 동통은 완화되며, 가려움증은 악화된다.
- 가려움증은 대뇌피질에서 인지되며 동통은 시상에서 인지된다.
- 동통과 가려움증이 동일한 피부에서 각기 따로 인지될 수 있다.
2. 가려움증의 매개물질
가려움증은 물리적, 기계적, 화학적 인자를 비롯한 여러 가지 자극에 의해 유발되거나 더욱 증가될 수 있습니다. 또한 염증 매개물질은 여러 염증성 피부질환에서 가려움증을 유발합니다.
그러나 모든 형태의 가려움증이 매개물질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계적 자극 또는 전기적 자극, 그리고 건조한 피부에 의해 나타나는 가려움증은 매개물질과 관련이 없습니다.
1) 히스타민
히스타민은 피부의 비만세포에서 합성되어 비만세포 과립에 저장되며 여러 가지 자극에 반응하여 분비됩니다. 히스타민을 벗겨진 피부나 진피 표피 경계부에 주입했을 때 가려움증을 유발시키고 깊이 주사하면 통증을 야기합니다.
H1, H2 수용체 모두 피부에 존재하나 히스타민은 H1 수용체를 통해 가려움증을 일으킵니다. 히스타민은 자외선에 의한 피부염, 아토피피부염을 포함한 다수의 염증성 피부질환에 관여합니다.
2) 세로토닌(Serotonin)
세로토닌은 혈소판 내에 존재하며 진피 비만세포의 활성화를 일으켜 히스타민을 유리하거나 중추신경계의 5-HT3 수용체에 작용하여 가려움증을 유발시킵니다.
3) 프로스타글란딘 E (Prostaglandin E)
아라키돈 산(Arachidonic acid) 대사물질은 다양한 염증성 피부질환에서 관여합니다. 그러나 Leukotriene B4, C4, D4, E4 등과 같은 지방산화(lipoxygenase) 대사산물들은 강력한 염증 매개물질임에도 불구하고 가려움증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프로스타글란딘 E 또한 그 자체로 가려움증을 유발시키지 않지만 다른 매개물질에 의한 가려움증을 증가시키는 특성이 있습니다. 프로스타글란딘 E 는 습진, 자외선에 의한 염증과 같은 가려움증과 연관된 피부질환에서 증가되어 있습니다.
4) 타키키닌(Tachykinin)
Substance P 는 타키키닌 계열의 신경펩티드(neuropeptide)로 C 신경 섬유의 후근 신경절(dorsal root ganglion)에서 합성되어 과립으로 무수 감각신경 섬유에 이동하여 존재하며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로 작용합니다.
Substance P는 강력한 혈관확장제로서 발적과 가려움증을 유발시킵니다. Substance P는 비만세포의 트립신분해효소에 의해 유리되며 직접적으로 또는 NK-1 수용체를 통해 진피 비만세포의 히스타민을 유리 시켜서 가려움증을 유발시킵니다.
5) 사이토카인(Cytokines)
사이토카인은 모든 진핵세포(eukaryotic cell)에 생성되는 저분자량의 단백질로 세포 표면 수용체로 작용하며, 여기에는 interleukin(IL), chemokine, interferone 등이 포함됩니다.
IL-1과 IL-8은 가려움증을 유발시키지는 않지만, 치료목적으로 암 환자에게 인간 재조합 IL-2를 주입했을 때에는 피부 발적, 호산구증을 동반한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시킵니다.
아토피피부염에서 IL-2를 생산하는 활성화된 T림프구가 진피내에 많이 침착하고 있습니다. T림프구에 의한 IL-2 생성을 억제하는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이 아토피피부염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아토피피부염에서 IL-2의 역할을 설명해 줍니다.
6) 프로테아즈(Protease)
프로테아즈의 하나인 kallikrein은 피부에 주입했을 때 가려움증을 유발시킵니다. kallikrein 이외의 프로테아즈인 chymotrypsin, trypsin, papain 등도 가려움증을 유발시킵니다. Papain은 복합물 48/80으로 비만세포내의 과립을 방출시켜 히스타민을 제거한 후에도 가려움증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7) 아편양 펩티드(opioid peptides)
아편양 펩티드는 중추 또는 말초신경계에 작용하여 가려움증을 유발시킵니다. 아편양 수용체(opioid receptor)는 μ, δ, κ 세 가지가 있으며 대부분의 약리학적 작용은 naloxone에 의해 억제되므로 μ수용체를 통해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르핀(morphine)은 척수내로 주입했을 때 대다수의 환자에게 가려움증을 유발시키며, 진피내 주입 시에 프로스타글란딘이나 히스타민의 유리와 관계없이 가려움증과 발적을 일으킵니다.
8) 혈소판활성인자 (platelet-activating factor)
혈소판활성인자는 광범위한 염증세포에서 분비되는 강력한 염증 유도물질입니다. 혈소판 활성인자는 동물 실험상 직접 가려움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인체에서는 비만세포의 히스타민 분비를 유도하여 간접적으로 가려움증을 유발시킵니다.